삼성, 팔란티어와 전략적 제휴로 반도체 제조 혁신 추진

삼성, 팔란티어

삼성, 팔란티어와 전략적 제휴로 반도체 제조 혁신 추진

삼성전자가 2024년 말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Palantir)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반도체 제조 수율 향상과 품질 개선에 나섰다. 반도체 기업이 제조 공정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하는 것은 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이례적인 결정으로, 대만 TSMC, SK하이닉스 등 경쟁사 대비 최첨단 공정 개발에서 겪고 있는 기술적 장벽 극복을 위한 삼성의 전략적 결단이 투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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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 1] 핵심 비즈니스 데이터 공유의 전략적 의미

반도체 제조 데이터는 기업의 핵심 지적 자산으로 간주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칩 제조사들은 공정 관련 모든 데이터를 철저히 보호하며, 외부와의 공유는 극도로 제한해왔다.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그동안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고 한다. 이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가 제품 개발 노하우와 직결되어 외부로 유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경쟁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러한 보수적 접근방식을 전환하고 팔란티어와의 이례적 제휴를 결정한 배경에는 최첨단 공정 개발에서 직면한 기술적 도전과제가 있다. 한국경제는 이번 제휴가 "반도체 수율(총 생산량 대비 양품률), 품질,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고밀도, 고성능 칩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삼성은 공정 미세화에 따른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상태였다.

The Korea Economic Daily는 "품질 개선의 절실함이 팔란티어와의 협업을 추진하게 된 핵심 동인"이라고 설명했다. "AI 시대의 도래로 반도체 선폭(회로 폭)이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초미세화되면서 고성능-저전력 칩에 대한 시장 요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다수 반도체 기업들이 물리적, 기술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3nm 이하 파운드리 공정과 6세대 10nm(1C) D램 개발 과정에서 수율 최적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었으며, 최첨단 반도체의 수율과 품질 경쟁력이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AI 가속화 시대의 핵심 부품인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과 첨단 파운드리 공정의 품질 및 수율 향상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본론 2]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역량과 기술적 시너지

팔란티어는 대규모 복잡한 데이터를 고도로 분석하고 AI 기술을 활용해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는 전문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이다. 초기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정부 기관을 주 고객으로 보안 및 대테러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와 산업 최적화를 위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팔란티어는 최근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출이 약 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같은 기간 직원 수는 3% 증가에 그쳐, 기업 운영의 효율성과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삼성이 팔란티어와의 파트너십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 것은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팔란티어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고객의 데이터를 자사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다'는 팔란티어의 핵심 운영 원칙이 삼성의 데이터 보안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삼성 사업장 내부에 구축함으로써 데이터 외부 유출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삼성 DS부문이 사내에 생성형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의 협업을 최종적으로 포기한 배경과도 연결된다. 당시 삼성은 민감한 반도체 공정 데이터가 외부 서버에 저장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팔란티어가 이러한 보안 우려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면서 이번 전략적 제휴가 성사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본론 3] 삼성의 AI 중심 반도체 혁신 로드맵

이번 팔란티어와의 전략적 제휴를 총괄하는 주체는 삼성전자 DS부문 내 2024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대폭 확대된 AI센터다. 이 AI센터는 DS부문 혁신센터와 SAIT(구 삼성종합기술원) AI센터를 통합한 조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DS부문 특화 기술 개발, 반도체 설계 및 제조 소프트웨어 고도화, 차세대 AI 플랫폼 구축, 반도체 제조 설비-인프라 지능형 제어 및 최적화'를 핵심 미션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025년 말까지 두 가지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첫째는 2nm GAA(Gate-All-Around) 공정의 성공적 완성이며, 둘째는 업계에서 소문으로만 회자되던 '엑시노스 2600' 모바일 프로세서의 상용화 수준 개발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삼성은 전략적으로 1.4nm 공정 노드 개발을 일시적으로 유보하고, 엑시노스 2600 칩의 기술적 기반이 될 2nm GAA 기술의 수율 및 성능 최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2월 말 업계 관계자는 2nm GAA 노드 개발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 파운드리의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S2' 양산 라인이 2025년 4분기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AI 활용 전략은 팔란티어와의 제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의 선진 디지털 트윈 솔루션인 '옴니버스(Omniverse)'를 도입했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제조 환경을 가상 세계에 정밀하게 복제하는 시뮬레이션 기술로, "실제 생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와 시나리오를 가상환경에서 사전에 검증함으로써 시행착오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삼성은 옴니버스 플랫폼을 통해 "나노미터 단위의 초정밀 반도체 구조를 가상세계에 구현하여 새로운 칩 설계와 공정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국 평택 생산라인과 동일한 반도체 공장을 디지털 환경에 구현해 설비 배치 및 공정 흐름을 최적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 역량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며 "AI 및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향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TSMC,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경쟁사와의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제조의 효율성과 품질 향상을 위한 삼성의 혁신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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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견해]

삼성전자의 팔란티어와의 전략적 제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이는 반도체 제조의 전통적 폐쇄성이 AI 시대의 복잡성 앞에서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인공지능 최적화가 나노미터 단위의 초정밀 공정에서 인간의 경험과 직관을 보완하고 있는 흥미로운 전환점을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지, 또는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역량이 반도체 제조의 복잡한 물리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과제다. 또한 팔란티어의 정부 정보기관 배경이 장기적으로 삼성의 데이터 보안에 어떤 함의를 가질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할 부분이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국가안보적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 시점에서, 이번 제휴가 기술적 혁신과 지정학적 리스크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